오늘은 비 소식이 있어 하루살이가
살짝 우려되는 날.
우리 아이들은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업 오브 더 업.
하군과 이양이 1교시가 시작하고선 등교한다.
요즘 늦는단 잔소리를 하며 맞이하는데,
하군 손에 작은 상자가 들려있다.
오마이갓.
성인 남자의 엄지손가락 만한 새끼고양이가
금방 숨을 멎을 것 같은 모습으로 쓰러져있다.
어제 집 근처에서 발견했다는 이 고양이는
어미가 다른 새끼들을 다 데리고 간 후
혼자남아 하군네 가족이 데려온거란다.
아이들은 우선 수업에 들여보내고
다행히 길 건너 바로 있는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가는 길에 고양이 박사 늦잠쟁이 김양에게
새끼고양이가 학교에 있으니 달려오란
문자를 보냈다.
동물병원 원장님은 고양이를 보시더니
탈수가 너무 심하고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방치된터라 살기 어렵겠다고 했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 주먹에 쏙 들어가는
이 녀석의 채 떨어지지 않은 탯줄을 자르고
물로 얼굴과 입 안의 흙을 씻어내고
수액을 맞고 나니
처음 봤을 때 앙상한 몰골에서
제법 고양이다운 비주얼을 드러낸다.
초유와 주사기를 받아들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몰려들어 고양이 구경이다.
의사선생님이 전해주신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아직 너무 어려 학교에서 키우는 건 불가능하니
누가 가져가서 키울 수 있을지 결정하자고 했다.
그새 고양이박사 김양은 집에서 학교까지
고양이 사료, 바닥에 깔아줄 모래를 안고
낑낑대며 학교에 왔다가 생각보다 너무 작은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루종일 고양이에게서 눈을 못떼는 아이들.
스트레스 받을까봐 교실 불도 끄고
죽지 않길 바라며 극진히 보살피는 아이들.
수액을 맞고 때맞게 초유를 먹이고
따뜻하게 해주니 쌔근쌔근 잘도 자고
금새 몸에 힘이 붙는 이 녀석ㅋ
이 와중에 과학시간에 텃밭에 다녀온 아이들이
도마뱀 한마리를 또 잡아왔다.
"선생님 우리학교 완전 동물의 왕국이에요. 올챙이도 있고 지렁이고 키우고 오늘은 고양이에 도마뱀까지!"
그러게, ㅎㅎㅎ
재미있겠도 아이들이 붙여주는 이 모든 녀석들의
이름은 '나우'다.
나우올챙이, 나우지렁이, 나우고양이...
나우학교에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나우라 부르는
아이들을 보니 학교가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많은 이야기들과 고민 끝에 새끼고양이 나우는
고양이를 키우고 계시는 이양의 이모네로
보내주기로 했고, 김양이 가져온 사료와 모래는
또 언제 누가 가져올지 모르는 조금 큰 고양이를
위해 학교에 보관하기로 했다.
나우야, 건강하게 잘 크렴.
우리 아이들도 잘 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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