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글을 쓰려니 내가 머무는 장이 달라졌음이 실감난다.
2014년 4월부터 애란원에서 일하고 있다.
여성시설이라는 생각보다 나에겐, 노원에서 진득하게 만났던 한 녀석이 임신한 몸으로 얼마간 머물렀던 기억으로 남은 곳.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생각하며 부채감으로 지원을 하게 만들었던 곳이다.
우연히도 청소년미혼모를 우선으로 받고있는 곳이었고, 신기하게도 여기도 위탁형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세상에. ㅎㅎㅎ 전혀 생각없이 왔는데 또. 청소년이다.
이제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만나며 새삼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귀하다는 것이다.
한 인간이 자기 삶을 살기 위한 준비와 경험들을 마주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생명을 가까이서 만난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사건 사고들도 참 많지만.
오늘 정양의 친구가 면회를 왔다. 이제 출산한 지 만 2주 된 친구와 아기를 보기 위해.
더 일찍 오고싶었지만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면 아기에게 안좋다는 이야기에 참고 참다가 2주 되는 날 왔단다.
왠일인지 사무실로 먼저 들어오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이고야... 이 편지를 하나하나 일일이 써서 음료수에 붙이고는 선생님들께 나눠준다.
정양은 사실 출산 전 원내에서 흡연으로 적발되서 퇴소 위기에 있던 녀석인데, 예정일보다 아기가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퇴소가 미뤄진 아이다. 마음은 참 예쁜데, 금연을 못해서 그 아이도 무척이나 힘들어 했었더랬다.
신기하게도 아기를 낳고나니 담배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하는 그 아이를 생각하며 음료수를 보고 있자니 마음 깊숙한 곳이 뭉클하다.
감사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미안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데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데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큰 것 같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무지 많은 칭찬을 해주었다.
또,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전하며 우리 정양에게도 이런 멋진 친구들 둔 멋진 녀석이라는 칭찬도. ^^
이쁘다. 아이들은 참 이쁘다.
이 이쁜 아이들이 계속 이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다.
'남기고 싶은 뭉클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맺음. (0) | 2016.03.01 |
---|---|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을.... (0) | 2015.10.25 |
20130520 주인집 할머니의 감동 손편지 (4) | 2013.05.20 |
20130511 간디학교, 다섯번째. (4) | 2013.05.11 |
20130510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을 가다 (0) | 2013.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