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러운 일상/일상의 취미 19

[검도일기16] 생각하는 검도를 하세요

그동안도 한시간 반 걸리는 도장을 다녔지만 속초에서 지내면서는 도저히 다닐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도장을 등록했다. 검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다른 관장님께 검도를 배운다. 아직은 낯설고, 우리 관장님 보고싶다. ㅎㅎㅎㅎ 두번째 나간 수련에서, 아니 실은 첫날에 이미 실력을 다 들켰지만, 하나하나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또 재미나다. 새로 다니게 된 관장님께서 틀린 자세를 지적해주실 때마다 "예전 관장님이 이렇게 가르쳐주시진 않으셨겠죠?"라고 하신다. ^^;; 잘 배웠고, 열심히는 한다고. 근데 잘못된 습관을 못고쳤다고 하시며 하나하나 자세를 봐주신다. 그리고 오늘은 생각하는 검도를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어떡해야 칼이 빠르고 강할 수 있을지. 그러면 검도가 더 재밌을거라고. 우선은 튼튼한 기초를 다져보기..

[검도일기15] 나, 검도 좋아하네.

5월부터 속초에 머무는 바람에 원래 다니던 도장출석이 어려워졌다. 도장을 옮기는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속초에 있는 도장도 인터넷으로나마 알아봤지만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이유는 두개였는데 우선은 내가 검도를 좋아하는건지, 우리 도장에서 관장님과 하는 검도를 좋아하는건지 판단이 잘 안됐고, 두번째는 오래 했지만 여전히 지적받는 자세와 유약한 기세로 다른 도장에 다니면서 얘는 어디서 배웠길래 저렇게 못하나 하는 얘기를 들을까봐, 괜히 나땜에 우리 관장님 욕보일까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같은 도장에 다니고 있는 짝꿍이랑 상의 끝에 어차피 주말엔 서울에 종종 올테고 짝꿍도 퇴사와 이사 등등으로 인해 주중에 도장 오는게 주말반으로 함께 다니기로 결정했다. 검도를 오랫동안 쉴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마음으로..

[검도일기14] 그저 한다.

오랜만에 쓰는 듯한 검도일기다. 작년에 비해 열심게이지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도장을 다니고 있다. 코로나와 추운 날씨, 연말연시로 도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고 어제는 급기야 성인부보다 학생부가 더 많았던 첫 날이었다. 관장님은 고단자가 많이 나온 날에는 대련 위주로, 초보자가 많은 날에는 기본기 위주로, 젊은 관원들이 많은 날에는 겁나 빡쎈 특훈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신다. 오늘은 그래서 기본기 많이 하는 날 당첨.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 헤헤헤 발구름부터 이어걷기까지 관장님의 시범과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오른발을 한번에 띄우지 말고 수평이동으로 밀어 순간 수직운동으로 변환해서 팡! 구르고 구리는 순간 왼발을 당겨 이어걷기를 해야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검도일기13] 성동구청장기검도대회 참석기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올해까지 심사를 비롯한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연기되었다. 서울시대회, 사회인검도대회도 결국 취소가 됐는데 다행히도 잠깐의 위드코로나 기간에 맞아 성동구 대회는 열렸다. 직장인이 취미로 하는 운동이지만 심사와 마찬가지로 시합도 도장을 벗어나 치뤄지는 큰 이벤트이기에 긴장도 많이 되고 그만큼 설레기도 한다. 도장에서 늘 같이 이들과 연습하다가 실력을 알 수 없는 상대와 칼을 맞댄다는 상상만으로도 고무되는 감정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인지 시합이 열리는 한주 전부터 도장은 불이 붙었다. 재밌기도 하고, 지면 분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기본기를 중요시 여기지만 시합을 앞두고는 이기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고 전략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시합 당일이 다가왔다. 시합이 ..

[검도일기12] 슬럼프는 실력과 상관없이 오는구나

못해도 즐기면서 즐겁게 다니던 도장인데,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만큼 따라주지 않는 운동신경에 매일같이 자괴감이 든다. 관장님, 사범님, 다른 선배님, 후배님들까지 한 마음으로 오른팔을 접어치는 나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애정을 갖고 해주시는 이야기이기에 집중해서 듣고 시범을 보지만....... 비루한 내 몸뚱이는 엄청난 고집으로 틀린 자세를 고수한다. 아오. 이런 날의 반복이니 사실 자꾸 위축이된다. 그저 즐기자 생각하며 위로해보지만 연습하면서 자꾸 의식하고 안된다고 생각하니 자꾸 자신이 없어진다. 즐기는 사람이 최고라지만 실력이 늘고 잘하게 되면 더 재미있어지는건 불변의 진리다. 못하는 주제에 슬럼프까지 오는걸까? 짝사랑의 길은 역시 외롭다. 며칠 전 5주년 개관기념으로 도장 내 시합이 있었..

[ 검도일기11] 취미가 일상이 된다는 것

사실 매일의 기록은 노트에 따로 적고 있어서 이 카테고리 이름을 좀 바꿔봐야겠다. 같이 살고있는 친언니는 자기 일도 물론 열심히 하지만 그 외에 운동, 악기 등의 취미에 진심인 편이다. 검도도 언니가 아니었음 시작도 안했을거다. 일이 삶의 전부마냥 살아왔던 나로썬 그런 언니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시간에 자기 분야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내가 처음으로 야근을 하지않고 퇴근하면 정확히 일 생각을 접을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검도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이런저런 타이밍이 맞아서 지금은 그때의 언니처럼 취미가 일상이 되었다. 직장에 있을 때도 틈만 나면 일기를 쓰며 지난 수련을 복기하고, 관련 서적을 읽는다. 출퇴근길에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도장에 못..

[검도일기10] 생애 첫 장비구입. 설렌다!

처음 검도를 시작했을 때 도장에서 죽도와 도복을 받았고, 그 도복을 계속 입고 있다. ㅎㅎㅎ 중간에 상의만 1벌 다른 분에게 받았고, 죽도는 때마다 관장님께서 구해주신 죽도로 사용을 했고, 호구도 처음 맞춘 아이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지라 따로 장비를 구입하고자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최근에야 일주일에 여러번 도장을 가게되니 호완에 빵꾸도 나고 기능성 도복의 필요성도 느끼고, 무엇보다 내 손에 촤악 감기는 죽도를 사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 도장에 등록하신 분들 중에 민경언니라고, 거의 매일 나오시는 분이 있다. 도도하실 것만 같았던 첫인상과 달리 상냥하고 친근감있는 분이라 금새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토요일 연습 후 검도용품점에 가보자고 약속을 했더랬다. 청구역 근처에 있는 월드..

[검도일기9] 검도가 주는 메시지

목요일에 정규연습을 마치고 혼자 타격대 연습을 하는데 새끼손가락이 계속 아팠다. 접혀지긴 해서 좀 그러다 말겠지하고 뒀는데 밤새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붓기도 안빠지는거다. 출근길에 바로 정형외과 접수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에 실금이 갔다고한다. 세상에. ㅎㅎㅎ 연습할 때 방어동작에서 새끼손가락을 몇번 맞고 꽤 아프네 싶긴 했는데, 금까지 갔을줄이야. 붓기 빠지는 약을 처방받고 깁스는 최소 2주, 물에 닿지않게 조심해야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는 없다고 하셨다. 검도는 나한테 일상이니까 새끼손가락 다친거쯤 뭐, 하는 마음으로 토요일도 도장에 갔다. 뜻밖에 용현씨는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내 부상따위 더 아무것도 아닌걸로 느껴짐. ㅎㅎㅎ 깁스한 손가락으로 호완을 낄 수 있는지 먼저..

[검도일기8] 도장에서 연차가 쌓여가고 있다.

- 시작하고 마칠 때 왜 무릎을 끓고 다같이 호구를 쓰는거에요? - 검도 오래하면 근육이 한쪽만 발달하진 않나요? - 도복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그냥 세탁기 돌려도 돼요? - 여름이랑 겨울이랑 언제 도장 나오는게 더 힘들어요? 별 거 아닌 내용이지만 도장에 가면 누군가 나에게 물어온다. 그렇다. 인식하지 못했으나 나는 우리 도장에 다닌 지 이제 꽤 연차가 되었던 것이다. 그저 담백하게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 정도를 기대하며 취미로 검도관에 오던 내가 요즘에서야 검도 자체의 매력을 느끼고 배우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도장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도 함께 커진다. 여성관원이 전무한 우리 도장에 최근 새로오신 여자분들이 많아진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은이가 함께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

[검도일기7] 짝사랑이 시작됐다.

요즘 검도에 푹 빠져있다. 스스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고, 친구들과 대화 할때도 자꾸만 검도 이야기를 하는 내 자신이 생경하다. 푹 빠져있는 만큼 검도를 생각하며 마주하는 감정도 풍부해진다. 작은 일에 좋았다가 작은 일에 기죽는 걸 보니 이건 뭐 완전 짝사랑이 따로없다. 지금은 나만 마음을 주고 있지만 언젠간 검도도 내게 마음을 내어주리라 믿는다. ***************************** - 이 더위에 도장을 꾸준히 나간다. 옥수역에서 도장가는 언덕을 오를때마다 내 자신 칭찬해. - 도장 안갈때는 관장님한테 받아온 죽도로 빠른머리치기랑 손목스냅 연습하러 간다. - 기본기 마치고 돌아가면서 연습할 때 녹초가 될지언정 끝까지 근성있게 참여하고 있다. - 손바닥 발바닥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