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러운 일상/일상의 취미

[검도일기9] 검도가 주는 메시지

그레이스:) 2021. 8. 22. 22:24


목요일에 정규연습을 마치고 혼자 타격대 연습을 하는데 새끼손가락이 계속 아팠다. 접혀지긴 해서 좀 그러다 말겠지하고 뒀는데 밤새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붓기도 안빠지는거다. 출근길에 바로 정형외과 접수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에 실금이 갔다고한다. 세상에. ㅎㅎㅎ 연습할 때 방어동작에서 새끼손가락을 몇번 맞고 꽤 아프네 싶긴 했는데, 금까지 갔을줄이야. 붓기 빠지는 약을 처방받고 깁스는 최소 2주, 물에 닿지않게 조심해야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는 없다고 하셨다.


검도는 나한테 일상이니까 새끼손가락 다친거쯤 뭐, 하는 마음으로 토요일도 도장에 갔다. 뜻밖에 용현씨는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내 부상따위 더 아무것도 아닌걸로 느껴짐. ㅎㅎㅎ 깁스한 손가락으로 호완을 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했는데 안들어가서 어쩔수없이 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괜히 신경쓰실까봐 말씀 안드리고 싶었는데 잠깐 걱정하시더니 그럼 관장님 호완 빌려주시겠다고 ㅋㅋㅋ 해서, 영광스럽게 관장님 호완끼고 그날의 연습 클리어!

부상에도 도장에 다녀온걸 보고 친구가 어이없어 했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검도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했다. 앞에서도 검도가 좋은 이유를 끊임없이 써왔지만 이번에 또 발견한 이유는 검도는 나에게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내가 삶을, 그리고 타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에 대해 거울에 비춰지듯 칼이 말해준다. 그저 운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한다 정도로 설명이 안되는 삶의 철학을 생각하게 해준다. 타격대는 팡팡 아주 온힘을 다해 치면서 실제 상대와 연습할 때는 자꾸만 약해지는 내 칼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곤 한다. 단순히 내가 더 많이 맞았냐 많이 때렸냐의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맞는걸 두려워하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기세로 임했는지를 돌아보게 해준다. 부동심과 평상심, 존심 처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하는 검도의 교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건 함께 땀흘리는 우리 도장의 모든 관원분들 덕분이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본기를 배우고 있는 분들을 볼 때 느껴지는 바가 있고, 오랜시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연습을 해오신 분들에게 느껴지는 바가 있다. 품위있고 아름다운 기백으로 한판의 승부를 하는 관장님의 타격을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못하고, 개칼을 쓰는 분들과 연습을 하게 될 때에도 그 칼을 받으며 올라오는 내 감정들을 돌아보면 배움이 있다. 무엇보다 사범님들 중에선 특별히 엄격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런분들과 연습을 하고나면 자괴감에 빠지고 낙담하곤했다. 검도에 소질도 없는데 괜히 다른분들에게 민폐인 것 같고 이럴거면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많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오히려 그렇게 엄격하게 칼을 맞대어주시는분들과 연습을 하고나면 감사하고 뿌듯하다. 마치 "내 스스로 이기고 올라오라고 끌어주는 것 같아서, 쉽게 배우면 성장할 수 없다고 힘내라고" 해주는 응원같아서. 이런게 많이 맞아보는 것도 배움이라는 의미인걸까?

이제 2단딴 지 4달 됐다고 했더니 신사범님이 검도가 제일 재미있을 때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딱인듯 하다. 다음주에에도 즐겁게 열검해야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