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13

[검도일기14] 그저 한다.

오랜만에 쓰는 듯한 검도일기다. 작년에 비해 열심게이지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도장을 다니고 있다. 코로나와 추운 날씨, 연말연시로 도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고 어제는 급기야 성인부보다 학생부가 더 많았던 첫 날이었다. 관장님은 고단자가 많이 나온 날에는 대련 위주로, 초보자가 많은 날에는 기본기 위주로, 젊은 관원들이 많은 날에는 겁나 빡쎈 특훈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신다. 오늘은 그래서 기본기 많이 하는 날 당첨.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 헤헤헤 발구름부터 이어걷기까지 관장님의 시범과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오른발을 한번에 띄우지 말고 수평이동으로 밀어 순간 수직운동으로 변환해서 팡! 구르고 구리는 순간 왼발을 당겨 이어걷기를 해야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검도일기13] 성동구청장기검도대회 참석기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올해까지 심사를 비롯한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연기되었다. 서울시대회, 사회인검도대회도 결국 취소가 됐는데 다행히도 잠깐의 위드코로나 기간에 맞아 성동구 대회는 열렸다. 직장인이 취미로 하는 운동이지만 심사와 마찬가지로 시합도 도장을 벗어나 치뤄지는 큰 이벤트이기에 긴장도 많이 되고 그만큼 설레기도 한다. 도장에서 늘 같이 이들과 연습하다가 실력을 알 수 없는 상대와 칼을 맞댄다는 상상만으로도 고무되는 감정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인지 시합이 열리는 한주 전부터 도장은 불이 붙었다. 재밌기도 하고, 지면 분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기본기를 중요시 여기지만 시합을 앞두고는 이기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고 전략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시합 당일이 다가왔다. 시합이 ..

[검도일기12] 슬럼프는 실력과 상관없이 오는구나

못해도 즐기면서 즐겁게 다니던 도장인데,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만큼 따라주지 않는 운동신경에 매일같이 자괴감이 든다. 관장님, 사범님, 다른 선배님, 후배님들까지 한 마음으로 오른팔을 접어치는 나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애정을 갖고 해주시는 이야기이기에 집중해서 듣고 시범을 보지만....... 비루한 내 몸뚱이는 엄청난 고집으로 틀린 자세를 고수한다. 아오. 이런 날의 반복이니 사실 자꾸 위축이된다. 그저 즐기자 생각하며 위로해보지만 연습하면서 자꾸 의식하고 안된다고 생각하니 자꾸 자신이 없어진다. 즐기는 사람이 최고라지만 실력이 늘고 잘하게 되면 더 재미있어지는건 불변의 진리다. 못하는 주제에 슬럼프까지 오는걸까? 짝사랑의 길은 역시 외롭다. 며칠 전 5주년 개관기념으로 도장 내 시합이 있었..

[ 검도일기11] 취미가 일상이 된다는 것

사실 매일의 기록은 노트에 따로 적고 있어서 이 카테고리 이름을 좀 바꿔봐야겠다. 같이 살고있는 친언니는 자기 일도 물론 열심히 하지만 그 외에 운동, 악기 등의 취미에 진심인 편이다. 검도도 언니가 아니었음 시작도 안했을거다. 일이 삶의 전부마냥 살아왔던 나로썬 그런 언니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시간에 자기 분야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내가 처음으로 야근을 하지않고 퇴근하면 정확히 일 생각을 접을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검도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이런저런 타이밍이 맞아서 지금은 그때의 언니처럼 취미가 일상이 되었다. 직장에 있을 때도 틈만 나면 일기를 쓰며 지난 수련을 복기하고, 관련 서적을 읽는다. 출퇴근길에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도장에 못..

[검도일기10] 생애 첫 장비구입. 설렌다!

처음 검도를 시작했을 때 도장에서 죽도와 도복을 받았고, 그 도복을 계속 입고 있다. ㅎㅎㅎ 중간에 상의만 1벌 다른 분에게 받았고, 죽도는 때마다 관장님께서 구해주신 죽도로 사용을 했고, 호구도 처음 맞춘 아이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지라 따로 장비를 구입하고자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최근에야 일주일에 여러번 도장을 가게되니 호완에 빵꾸도 나고 기능성 도복의 필요성도 느끼고, 무엇보다 내 손에 촤악 감기는 죽도를 사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 도장에 등록하신 분들 중에 민경언니라고, 거의 매일 나오시는 분이 있다. 도도하실 것만 같았던 첫인상과 달리 상냥하고 친근감있는 분이라 금새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토요일 연습 후 검도용품점에 가보자고 약속을 했더랬다. 청구역 근처에 있는 월드..

[검도일기8] 도장에서 연차가 쌓여가고 있다.

- 시작하고 마칠 때 왜 무릎을 끓고 다같이 호구를 쓰는거에요? - 검도 오래하면 근육이 한쪽만 발달하진 않나요? - 도복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그냥 세탁기 돌려도 돼요? - 여름이랑 겨울이랑 언제 도장 나오는게 더 힘들어요? 별 거 아닌 내용이지만 도장에 가면 누군가 나에게 물어온다. 그렇다. 인식하지 못했으나 나는 우리 도장에 다닌 지 이제 꽤 연차가 되었던 것이다. 그저 담백하게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 정도를 기대하며 취미로 검도관에 오던 내가 요즘에서야 검도 자체의 매력을 느끼고 배우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도장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도 함께 커진다. 여성관원이 전무한 우리 도장에 최근 새로오신 여자분들이 많아진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은이가 함께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

[검도일기7] 짝사랑이 시작됐다.

요즘 검도에 푹 빠져있다. 스스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고, 친구들과 대화 할때도 자꾸만 검도 이야기를 하는 내 자신이 생경하다. 푹 빠져있는 만큼 검도를 생각하며 마주하는 감정도 풍부해진다. 작은 일에 좋았다가 작은 일에 기죽는 걸 보니 이건 뭐 완전 짝사랑이 따로없다. 지금은 나만 마음을 주고 있지만 언젠간 검도도 내게 마음을 내어주리라 믿는다. ***************************** - 이 더위에 도장을 꾸준히 나간다. 옥수역에서 도장가는 언덕을 오를때마다 내 자신 칭찬해. - 도장 안갈때는 관장님한테 받아온 죽도로 빠른머리치기랑 손목스냅 연습하러 간다. - 기본기 마치고 돌아가면서 연습할 때 녹초가 될지언정 끝까지 근성있게 참여하고 있다. - 손바닥 발바닥에 ..

[검도일기6]검도를 '수련'한다고 말하는 이유

무도라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듯이 무도는 싸움(武)의 기법을 몸으로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올바른 길(道)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무도란 그 목적이 단순히 신체적 우위를 다루는데 국한되어 있거나 남을 이기고 꺾는 수단 정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싸움과 올바른 길이라는 모순된 개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싸움의 본질이 자신의 마음에 있다고 보는 것과 도덕적 이상이 인간의 신체적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동양의 도덕관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검도는 "수련"한다고 말하나보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잘 닦고 단련하여 익히는 과정. 그게 검도의 매력이다. 그런 면에서 권사범님이랑 연습하면 배우는 게 많다. 늘 취미로 즐겁게 하고 싶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질 ..

[검도일기5] 2단 승단심사를 보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2015년 가을? 즈음에 동네에 검도관이 처음 생겼다. 소박하게나마 검도에 관심이 있었던 언니와 나는 그렇게 운명적으로 면목검도관의 첫 단원이 되었다. 관장님은 너무나 검도를 애정하는 분이셨고 우리 검도관에는 유단자가 아무도 없었다. 만일 내 첫 검도관이 고단자가 가득했던 규모가 큰 곳이었다면, 관장님이 선수출신이고 도장 운영을 오래하신 경험자셨다면 나는 검도를 더 일찍 그만두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몇년 후 도장은 더 큰 규모의 옥수동으로 옮겨갔다. 집에서 무지 멀어졌지만 관장님이 너무 좋아서 고민 없이 옥수로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2017년 9월 24일, 검도를 시작하면서 그래도 초단은 따자라고 했던 첫 목표를 이루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쉬었다. 바빴고, 긴 여행을 다녀왔고, ..

[검도일기4]13회 성동구청장기 검도대회. 드디어 첫 득점!

13회 성동구청장기 검도대회에 참가했다. 인생 첫 승을 맛 본 날!! 꺄!!!! 방사범님께서 찍어줄까? 라고 물으셨을때 또 질게 분명해서 아니요. 라고 했는데 아쉬웠다. 첫 득점 어떻게 맞았는지 기록해두면 좋았을것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혁님이 찍어준 영상을 지금 받고 너무 신남. ㅋㅋㅋ ​ ​ 영상을 올리지 못하는 관계로 득점 순간 캡쳐. 나만 알아볼 수 있지만 기념으로 간직할거다! 헤헷. 관장님께 영상 보여드리고 또 많은 과제를 받고, 노력해보아야지. 영상을 보면서 내가 발견한건 타격지점에 정확히 칼이 들어가질 않는 것과-이건 연습때도 매번- 치고나서 퇴격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질 모르게 방황을 하는 나의 진로. 뭐하는건지 모르겠네. 작년 대선기 검도대회 단체전에서의 첫승은 상대가 반칙패를 받은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