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러운 일상/일상의 취미

[검도일기13] 성동구청장기검도대회 참석기

그레이스:) 2022. 1. 1. 13:17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올해까지 심사를 비롯한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연기되었다. 서울시대회, 사회인검도대회도 결국 취소가 됐는데 다행히도 잠깐의 위드코로나 기간에 맞아 성동구 대회는 열렸다. 직장인이 취미로 하는 운동이지만 심사와 마찬가지로 시합도 도장을 벗어나 치뤄지는 큰 이벤트이기에 긴장도 많이 되고 그만큼 설레기도 한다. 도장에서 늘 같이 이들과 연습하다가 실력을 알 수 없는 상대와 칼을 맞댄다는 상상만으로도 고무되는 감정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인지 시합이 열리는 한주 전부터 도장은 불이 붙었다. 재밌기도 하고, 지면 분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기본기를 중요시 여기지만 시합을 앞두고는 이기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고 전략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시합 당일이 다가왔다. 시합이 처음도 아닌데 괜시리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와서 급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개회식도 생략하고 바로 시합이 열렸다. 작은 규모라고 했지만 역시나 시합이 주는 특유의 긴장감은 가득했고, 내 실력과는 상관없이 마냥 기분이 좋았다.

당일 불참자가 많아서 순서가 당겨져 내 경기는 여자부 첫번째였고, 정말 터무니없는 실력으로 1분만에 머리 두번을 맞고 졌다. 두번째 머리는 실제로 맞지 않았고 관장님도 안맞았다고 말씀 해주셨지만 기세가 너무 밀려서 어차피 졌을거라고 하셨다. 평소에도 못하지만, 못하는 중에 가장 못한 시합이었다. 에라이ㅠ 실력과 상관없이 지니까 아쉽고 속상하다 . 이기고 싶었다. 아니 한대라도 제대로 때렸다면 이렇게까지 아쉽진 않았을 것 같다. 여자부는 늘 그렇듯 참석 인원이 적어서 단체전은 열리지 않았기에 나의 시합은 이토록 허무하게 끝이 났고 호구를 쓰고 땀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는 첫경험을 그날 하게 되었다. 호구 벗는데 넘나 뽀송뽀송한 것이 어찌나 낯선지. ㅎㅎㅎ

시합을 지켜본 관장님께는 타력이 너무 약했다고, 기세도 너무 없었다고 바로 말씀해주셨고 시합 이후 지금까지 강한 타력을 위해 끊임없는 지도편달을 받고 있다. 관장님 사랑합니다. ㅠㅠ 몸에서 나가는 칼,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죽도를 움직이고 타격타이밍에는 오른손을 함께 사용해 힘을 한번에 전달해야 한다는 그 분명하고도 정확한 타격자세를 더욱 연습하고 노력해야겠다. 시합에 나가니 평소 실력보다 훨씬 더 못해지는, 강단이라고는 1도 없는 유약한 내 마음도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에게 승부심이 있는지. 승부를 해야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를 방어하기 위해 공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나의 칼에 어떤 마음을 담아야 할까. 내년에도 성동구 대회를 나가게 된다면 조금은 더 강해져있고 싶다.

여러 질문을 남기고도 시합 참여가 재밌었던건 역시나 시합은 도장 전체에 의미있는 큰 행사고 이벤트라 나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도장의 결과에 함께 웃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마치고 회장님이 쏘신 고기는 짱맛이었고, 총무님의 센스로 관장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보내드리는 옥수검도관 진짜 최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