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뭉클함./영화. 4

사람들은 고독해지면 결국 똑같다는걸,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이 영화를 97년에 만들었다니. 진짜 왕가위 뭐지. 원제는 이라는데, '구름사이로 잠깐 비치는 봄햇살'이라는 뜻이 마음에 든다. 자유로운만큼 불안해 보이는 보영을 한결같이 보듬고 기다려주는 아휘의 사랑이 애틋했으나 감정이 투사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둘의 성별이 모두 남자라는 게 컸다. 동등한 관계라 인식되니 그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연인이구나 싶어서, 편안하게 둘의 사랑의 서사를 훔쳐보았다. 첫번째로 나를 두근거리게 한 장면. 어이없이 헤어지고는 아휘가 일하는 바 앞에서 재회를 한다. 보영은 아휘에게 담배를 빌리며 끊임없이 아휘를 바라본다.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지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서성이는 아휘의 시선도 너무 섹시했고 둘의 사랑이 얼마나 찐득한지 알 수 있었다. "늘 그와 나와는 다르다고..

생일을 기억하며 보내다.

​ 내 생일은 4월 16일이다. 생일에, 영화 을 보았다. 작위적이지 않게, 너무 애절하지도 않게 모든 장면과 모든 사건들을 세심하게 다뤄주어서 고맙고, 따뜻하고 슬픈 영화. 감독은 지난 2015년 안산에서 설거지도 하고, 사진도 찍어드리며 봉사를 했다. 그곳에는 훨씬 이전부터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부모님이 다른 날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039;아이들의 생일을 함께 해주자&#039;라는 뜻으로 &#039;생일 모임&#039;을 하게됐다고 하더라"며 &#039;생일 모임&#039;을 설명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 사람에 대한 추억을 함께 나누고 그리워하는 순간이 그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통이 아닌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음을 아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말해주는 영화라서 오래..

공동정범

http://naver.me/FiH6oxaO 음...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정리가 될 때마다 추가하기로. 영화 상영 후 이어진 GV에서 천주석선생님이 그랬다. “세월이 가슴을 쓸어내렸다.”라고. 그 상처받은 가슴이 쓸어내려지기까지, 원망과 미움이 사랑이라는 마음을 알아차리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울컥함이 그 삶에 있었을까. 채 정리되지 않는 감정과 생각들은 김일란감독님 말씀대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난후. 자연스럽게 알게될거라 믿으며.

동주,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다.

동주. "이 시대에 태어나 편안히 공부하고 시를 쓰려한 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 몽규. "(사형언도서를 읽으며) 이렇게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정지용. "자네에게 일본에 가라고 권하는 나도 부끄럽고(창씨개명을 하면서까지 일본에 가는 것이 부끄럽다는 동주), 그렇지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나. 부끄러운 걸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운 걸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거지." 당대의 지식인과 청춘에게 주권을 잃은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동주의 순수함과 몽규의 뜨거움을 그 모습 그대로 지켜주지 못했던 시대의 회한을 바라보는 어른 정지용의 마음또한 얼마나 참담했을까. 몽규를 연기한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분들의 마음과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