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뭉클함.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을....

그레이스:) 2015. 10. 25. 17:33

 

 

"내 아긴데, 왜 우리는 행복하게 같이 살 수가 없는거에요."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부터 펑펑 울기 시작한 18살 김양의 말이다. 너무 가슴이 아파 함께 눈물이 났다.

서로 껴앉고 한참을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기엄마가 되려면 더 강해 져야 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지혜롭게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김양은 엄마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가 아빠와 아빠의 동생인 삼촌이 함께 키웠다.

중학생이 되면서 남자친구를 만났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낮이면 비어있는 김양의 집이 데이트 장소가 됐다.

그러다가 아기를 가졌고, 아빠에게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김양은 삼촌과 논의 끝에 애란원에 오게 되었다.

낳으면 입양을 보내기로 했지만, 막상 낳고 나니 자신과 남자친구를 꼭 닮은 아기를 보낼 수가 없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과, 밤이면 품안에 고이 안겨 팔을 잡는 아가가 보내지 말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아빠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으나, 결과는 아빠와의 연락 두절. 그리고 도와주었던 삼촌마저 상황이 어렵게 됐다.

아기아빠쪽 부모님도 유전자 검사를 해서 아들의 아기가 맞다면 데려와 입양을 보내겠다고 강수를 둔다.

 

삼촌은 최종 선전포고로 두 시간을 줄테니 결정을 하라고 했고, 두 시간 이후 네가 입양을 결정하지 않으면 당장 찾아와 아기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김양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자의 권한이 더 강력하다. 삼촌이 만일 정말로 찾아와 아기를 데려가겠다고 하면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어떻게든 아기를 내가 키우고 싶다는 김양에게 우선 삼촌에게 입양을 보내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대신 이대로 입양보내면 마음이 평생 아플 것 같으니 보내기 전 일주일만 집에서 같이 살다가 보내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해보라고, 아니면 아빠가 원하시는대로 입양 기관의 일시 보호소에 보내고서, 아빠와 만나 김양의 진솔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부탁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니 이내 울음을 그치고 아기아빠와 통화 해보겠다고 다부지게 나가는 이 아이.   

 

 

"엄마가 어렸을 때 나를 버리고 가서, 그 버림받은 기분을 우리 아기에게는 안주고 싶어서 내가 키우고 싶은데,

  왜 못키우게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내 아긴데, 왜 우리는 행복하게 같이 살 수가 없는거에요.

  왜 어리다고 못키운다고만 하는거에요. 사실 어른들이라고 아기를 다 잘 키우는건 아니잖아요."

 

 

열 여덟살,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뒹구는 낙엽에도 까르르까르르 웃을 일이 많은 그 꽃같은 나이에

아무도 자기 편이 없이 오롯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하고 고민하고 아파해야 하는 이 작은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