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러운 일상/여행이 좋아

[스위스] 제네바, 체르마트(마테호른), 루체른(리기산)

그레이스:) 2021. 11. 11. 16:14

2019.12.31 게트윅공항에서 제네바
11월부터 영국에 머물렀고, 정철오빠 숙미언니와 가깝게 지낸 선배가 제네바한인교회 목회를 하고 계셨기에 온가족과 나, 영은, 봄나레까지 스위스로 초대를 하셨다. 와.. 내 인생에 스위스라니.. 진심 감개무량.
히드로공항은 몇번가봐서 익숙하고 언니 집에서도 멀지않아 편한데 이지젯항공으로 스위스를 가려면 게트윅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아이들까지 있는 대가족에겐 너무 무리스러웠고 초행길을 밤길 운전하기엔 숙미언니가 너무 힘들겠지만. 서로를 믿고 다같이 차로 이동을 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은 모두 추억이.... ㅋㅋㅋ 그때는 하나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정말.
아무튼 무사히 도착하여 선배와 조우! 버스로 선배집으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었다. 얼굴은 처음봽지만 익히 들어 알던터라 어색함은 없었다. 이미 영국이고 스위스고 어디든 어색해서 그럴수도 있고. ㅋ


식사 후 언니와 아이들은 집에 머물고 우리 셋은 근처 유스호스텔에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러 제네바한인교회로! 살인적인 물가라고 너무 들어서 거지 세명은 마트 한번 들어가기가 떨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예배는 너무 감동이라 우리 울보는 또 펑펑 울고. 나와서 그냥 집으로 가기엔 연말 분위기 너무 물씬이라 이리저리 걷다가 불빛이 반짝이는 공원에서 한참을 놀았다. 그래도 아쉬워 새벽까지 하는 바에 들어가 안쫄은척 하며 술도 한잔씩 하고, 해피 뉴이어를 다짐했더랬지.



2019. 1. 1 마테호른을 보며 신나는 눈싸움 ㅎㅎㅎ
선배님은 오늘부터 가이드모드. 촌년같은 우리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며 관광을 시켜주신다. 유스호스텔 근처에 있는 기차역(이름 까먹음)에서 만나 체르마트로 향했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고있는 토블론 초콜렛 상자에 그려진 그 설산이 체르마트에 있는 마테호른이라고, 그걸 보러 간다고 하셨다. 기차표는 선배님이 사주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금액이 어마어마했다고. 진짜 은혜 갚으며 살아야한다. ㅎㅎㅎ
도착! 오는 길 내내 기차의 커다란 통창으로 본 풍경이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그리고 일단 공기가 너무 좋다. 너무 마음에 든다, 여기.


체르마트는 스키장이 크게 있는 곳이라 상점이 많고 구경거리도 많다. 사람도 물론 많지만 친환경도시라 전기차만 운행을 하고 있다.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하기로했다. 빅맥지수로 유명한 스위스 맥도날드에 들어갔는데 진심 후덜덜. 빅맥세트 하나가 우리나라 기준으로 만오천원이다. 와 진짜 비싸.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먹고 모노레일 비슷한 걸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마테호른이 눈 앞에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미친듯이 눈싸움을... ㅋ 역시 아이들과 오면 낭만은 없다.


돌아오니 밤 늦은 저녁이었고 그냥 자기 아쉬워 유스호스텔 근처 호수를 걸었다. 유럽은 확실히 밤을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서 그 유명하다가 제트분수는 볼 수가 없었다.

2019. 1.2 루체른, 리기산
이날도 역시 가이드 모드의 선배님 지령에 맞춰 새벽같이 역에 집결. 오늘은 루체른이다. 아니 사실 루체른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리기산만 가서 리기산이라고 해야겠다. 루체른에서 유람선으로 한시간 정도를 달려 비츠나우까지 간다.

여기서 리기산에 오르는 산악열차를 타고 산꼭대기를 가는데 이건 진짜 오르는 기차가 맞다. 엄청 가파른 산을 오르는 기차 너무 신기하고 고소공포증 있는 나는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바깥 풍경을 잘 못봤는데 같은 칸에 있는 사람들의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엄청난 내공의 가이드님 덕분에 산악열차의 왼쪽자리 점령에 이어 리기산 정상에서 신라면을 먹는 끝장나는 추억의 맛을 경험하고.


더 높은 곳으로 걸어올랐다. 날씨가 조금 흐려서인지, 몇년전 정철오빠가 살아있을 때 와봤던 공간이라 그런건지 어제만큼의 기운찬 일정은 아니었고 다들 조금의 우울함이 있었던 듯 하다. 거대한 대자연이 앞에 있으니 그리운 사람이 더 또렷해진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탔다. 긴 줄에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했지만 선배님 특유의 재치로 순간순간의 위기를 넘기고 비 오는 거리를 뛰어 다시 루체른으로 가는 배도 잘 탔다. 빡쎈 일정들을 소화하면서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신기한 시간들이다.



2019. 1. 3 프랑스 안시, 그리고 다시 영국으로
마지막날, 숙소 체크아웃을 마치고 다시 선배님 집에 모였다. 아이들과 숙미언니는 사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우리들은 선배님과 함께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가기로 했다. 안시라는 작은 소도시인데, 차를 타고 가니 30분만에 우리는 프랑스에 와있었다. 개인적으로 파리 여행이 너무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는 벌써 설렘설렘모드.


모든 것이 아름답고 나를 반기는 것만 같아서 어디든 걸어도 좋았다. 무엇보다 선배님과 도란도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것도, 맛있는 빵집을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백년이 넘은 건물들이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풍경이 멋있고 잘 어울리는 것도 신기하다.
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시간이 왜 이리 짧은 것 같은지, 벌써 헤어질 시간이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