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가을이다 :) 날은 여전히 더운데 하늘만 보면 가을이 성큼 온듯한 기분. 하루종일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봤는지.
오늘은 원래 김장채소를 심기로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 밭일은 다음날 새벽으로 변경! 그늘에서 참깨 터는 일 부터 했다.
이미 두번 털고 우리가 세번째로 터는거였는데도 조금씩 떨어지는 참깨에 신기신기 :)
꽃다발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참깨다발 ^^
다 털어진 참깨는 긁어모으는 저 아이(이름을 모르겠다.)로 한데 모아 키질과 채질(?)로 참깨만 잘 골라낸다.
밭일을 하다보니 곤충과 벌레를 아주 가까이 하게된다. 메뚜기 같은 이 녀석이 폴짝 뛰어 옷에 붙어 있어 반가와서 한컷 :)
다음은 과자만드는 용도로 심었던 옥수수 껍질벗기기! 이것이 참으로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여러겹의 껍질을 벗겨 뚝 분질러 줘야 하는데 힘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장시간 단순노동에는 역시 수다수다 :) 친구같은 초등학생 아이와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니 시간이 금새 흐른다.
조희부선생님의 배려로 첫 날은 그늘에서 선풍기를 쐬며 비교적 시원하게 마무리! 시골생활과 농사일이 익숙하지 않은 실습생들에게 절대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으신다. 최대한 재미있는 경험을 주시고자 애쓰시는 선생님이 참 감사하다.
일은 4시쯤 끝내고, 예정에 없던 마당극을 보러 청주로 이동했다. "예술공장 두레"라는 극단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농촌 우수 마당극 큰잔치"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여는데, 마침 딱 날이 맞았다. ^^
인형극도, 퓨전음악공연도 좋았는데, '충청도의
힘'이라는 창작극이 아주 멋졌다. 두레, 참 진설하고 멋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같다. 연극을 관람하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응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더 와닿았고, 무대변경을 위해 한번씩 암전되던 순간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들이 한껏 분위기에 취하게 해주었다.
다음날, 한낮이 너무 더운 나머지 새벽 6시에 기상해 바로 밭으로 출동! 오늘도 하늘은 예술 ^^
기온이 너무 높고 비가 오지 않아서 물을 한껏 머금은 이랑에 귀요미 배추 모종을 정성껏 심었다.
잘 자라주길, 고라니에게 먹히지 말고.
비도 내려주시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
그리고 무는 씨앗으로 한 구멍에 두개씩 뿌리고
유기농 상토이불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너희들도, 잘 자라주렴 :)
나머지 채소들은 마을에 계시는 분들이 심어주시기로 하고, 우리는 옥수수밭으로 이동 했다.
낫질을 처음 해보았는데, 완전 신남! ㅎㅎㅎ
내 키보다 훨씬 큰 녀석들을 낫으로 싸악 당겨 다른 손으로 옥수수를 꺾는데, 어찌나 신나는지.
옥수수를 딴 대는 낫으로 베어 눕히는데 장대같은 아이들이 낫질 한번에 쓱쓱 쓰러지는데 아주 개운한 기분이었다 :D 체질인가.
이렇게 이틀은 또 금방 가버리고, 집에 돌아와 오늘 아침 바로 따온 옥수수와 깻잎을 삶고 볶아 차린 저녁 밥상.
차리고 보니 감자도 이번에 수확한거, 콩도 따온 거, 장아찌도, 깻잎도, 어느새 밥상에 돈으로 사것보다 농사지은 것으로 직접 만든 아이들이 쏙쏙 올라와있음에 놀랐다. 자급자족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생각했다는.
밥을 먹는데, 감자를 심었던 3월 첫 실습도 생각나고, 어떤게 익은 건지 애먹었던 콩 따던 날도 생각나고 떠오르는 일들이 많아 재미있고 맛있게 밥상을 마주했다. 그 기분이 참 따뜻했다.
땅과 작물과 하늘과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걸까. 어느새 관계가 생겨버려 더 특별해지는 이런 느낌. 몸은 녹초이지만 마음은 꽉 차 오르는 기분으로 8월 실습도 마무리한다.
참, 하나님. 괴산에 비좀. ^^
'남기고 싶은 뭉클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0907 아이를 또 시설에 보낸 날 (0) | 2017.09.07 |
---|---|
전태일 46주기에 부쳐. (0) | 2016.11.14 |
생태귀농학교 신청서에 담아낸 마음 (0) | 2016.07.28 |
눈비산마을에서 자급자족 공동체 실습하기 :) (2) | 2016.06.20 |
맺음. (0) | 2016.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