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미작가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조정래작가님을 좋아하는 마음과 동일한 이유로 김중미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빛나는 문체로 와닿는 이유는 소설이지만 삶의 이야기가 꾸밈없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리라. 그 안에 작가님의 사람에 대한, 삶에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작가의 말에 내 마음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그 글로 이 책을 읽고싶었던 이유를 대신 전한다. 가난은 부끄럽고 부자는 선망의 대상이며, 가난은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고 부자는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것이라는 이분법으로 삶과 사람들의 다양함을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심코 내뱉는 나의 언어에는 그런 구분이 없었는지도 되돌아본다.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 더 민감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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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부터 부자로 산 적이 없으면서도 나의 가난이 사회적인 문제임을 깨달은 것은 고등학생이 돼서다. 이후 세상은 더 풍요로워졌지만 내가 사는 곳의 노동자와 빈민은 여전했고 빈자와 부자의 골은 더 깊어졌다. 그해 겨울 외환위기가 닥쳤고 힘든 시기를 거치며 가난한 이들의 삶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하고 허약한지 깨달았다. 국가와 기업은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했다. 가난한 이들의 오랜 전통인 연대와 환대마저 무너진 엄혹한 현실이 도래했다. 가난은 무능한 정치와 탐욕스러운 자본, 마음이 없는 시장의 결과였으나 그들은 책임을 노동자들의 게으름으로 떠넘겼다.
통영 동피랑마을, 부산 태극도 마을처럼 전국에서 빈민들의 주거지가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 상품이 된 가난은 우리의 진짜 삶을 가리고 지웠다. 나는 그들이 기어코 외면하려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의 눈길로 볼 때 더 빛나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영희와 달리 나와 내 친구들은 공장대신 가까운 고등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우리 삶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크게 다른것 같지 않다. 배를 곯지 않는다고 가난이 없어진 건 아니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와 80년 넘은 판자촌이 공존하는 동네. 우리동네가 없었다면 돈이 부족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시원이나 쪽방으로 떠밀려갔을 것이다.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떠났던 사람이 돌고 돌아 다시 이 골목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동네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으면 좋겠다.
"그때 은강동이 있던 선거구가 전국에서 진보정당 표를 가장 많이 받았어. 우리는 희망을 품게 됐지. 그런데 지도부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진보정당 시도는 실패했다고 선언하고는 보수당으로 들어가버린거야. 그 사람들은 노동자나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권력을 쥐는 데 관심이 있었던거지. 그때 배신감때문에 여기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어."
"근데 엄마는 왜 안떠났어?"
"포기가 안되더라고"
"뭐가?"
"가난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갖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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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에 나오는 김수영의 시 <풀>의 전문을 옮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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