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뭉클함./책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그레이스:) 2013. 5. 31. 00:25

오늘 최양의 상담선생님이 학교에 방문하셨다. 최양은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다문화 가정의 자녀이고, 상담선생님 또한 일본인이다. 최양이 4월부터 우리학교를 다니면서 벌써 이분과 여러번 만나고 전화통화를 하며 아이의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 늘 느끼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 부모가 멀쩡히 있는데, 아이가 부모 말을 안듣는다고 어떻게든 가정에서 아이를 분리하려고 하시는거다. 이 가정의 불화가 마치 모두 최양의 책임인 양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 싫다는 아이를 기숙형대안학교에 보내려 하셨다고 한다.

더 기가 막혔던 건, 이틀전 있었던 아이의 심리(재판) 때 비교적 경범죄라 보호관찰 1호(가족 또는 가족을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소년을 감독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실상 소년을 종전의 환경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처분과 4호(보호관찰관의 6개월~1년 단기보호관찰)처분을 받고 나왔는데, 상담선생님과 부모님은 아이가 소년원에 갔으면 해서 10호(장기소년원 송치) 선고하셨으면 한다고 태연히(?) 말씀을 하시는거다.

이게 일본과 우리의 문화 차이인건가?? 아이가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텐데, 그 원인에 부모님이 큰 영향이 있을텐데, 아이를 자꾸 가정 밖으로만 내몰려고 하시는걸까? 문득 최양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죄책감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너무나 작은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그 집 안에서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2년 전 처음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팀장님이 읽어보라고 주신 책이 생각나 다시 뒤적인다.

나는 학생을 절대 야단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꽃씨라도 심는 사람이 제대로 심고,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레 가꾸면 반드시 꽃을 피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부모와 교사, 지역의 어른들과 매스컴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정성껏 돌본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만약 꽃을 활짝 피우지 못하고, 그대로 시들어버리거나 말라버리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피해자다.
나는 그런 피해자인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밤거리에서 살았다.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들 옆에 있고싶었다.

미즈타니,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중에서.

 

그저, 옆에 있고 싶었다.
그저. 꽃과 같은 그 아이들 옆에.
내일은 우리 짐승같은 꽃들에게 (?)
한번 더 웃어주고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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