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뭉클함. 63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0년전 사회복지 책나눔 모임에서 만난 한 선생님께 선물받은 책이었는데, 그때는 잠깐잠깐 들여다보다가 이제서야 완독을 했다. 아들러는 좋아하는 심리학자 중 한명이다. 프로이트와 같은 정신분석 심리학자이나 프로이트가 과거의 사건에 포인트를 두는 반면 아들러는 ‘나 아닌 다른 요인들에 의해 인생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물으며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 지점이 내가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호감을 가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들러는 글을 어렵게 쓰기로 유명한데, 에 이어 이 책도 을 번역한 기시미이치로에 의해 해석되었다. 아래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해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동경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대학시절 참 예뻐했던 후배 효진이가 오랫동안 교단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가 얼마전 자신만의 출판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첫번째로 펴낸 책을 선물로 보내왔다. 대견하고, 멋진 아이. 늘 한결같이 곱고 단단한 아이. 졸업 후에 꽤 오랜 시간 서로의 소식을 모르고 지냈어도 언제 보아도 반갑고 반짝반짝 하는 눈망울에 한가득 꿈이 담겨있던 아이. 그래서인가 신기하게도 글을 쓴 사람은 효진이가 아닌데 글을 읽을수록 효진이의 이미지가 겹친다. 책은 역시 작가만의 것은 아닌다보다. [동경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 그러니까 기독교의 절기로 말한다면 대림과 성탄 주기에 맞추어 하루하루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묵상집이다. 챕터마다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Q..

오래된 미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 헬레나노르베르 호지 내가 살아가고 있는 문명과는 다른 문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해준 책. ****************************************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생태적이고 사회적 측면에서의 균형상태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남겨져있다. 그러나 우리가 단순히 현상을 치료하는데 그치지않고 그 이상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선 우리 앞에 놓인 위기 상황의 구조적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종 간의 폭력사태나 대기와 수질오염, 가족해체, 문화 붕괴 등의 문제들은 외관상 연관이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라다크에서 인간적인 규모의 사회 구조들이 어떤식으로 땅과의 친밀한 유대관..

20150415 일터의 추억

청소년미혼모 생활시설에서 일했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운이 크다. 임신했을 때 입소해서 출산과 첫 돌까지의 시기를 보냈던 곳이라 시설 내에서 아기 백일잔치를 매달 진행했었고, 그중 어느날의 기록.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사랑을 받고 태어났겠지. 지금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 백일잔치 역대 가장 많은 이모들을 울게한 오늘 주인공의 편지. "안녕~ ㅇㅇ아 엄마야, 벌써 우리 딸이 100일 이라니.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시간이 엄청 빨리간다. 그치? 크게 아프지 않고 이쁘게 커주고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엄마는 ㅇㅇ에게 해주는게 없는데 ㅇㅇ은 엄마에게 매일 웃음을 주고 힘도 주고! 요즘 ㅇㅇ이 없었더라면 예전처럼 항상 우울한 하루하루였겠..

마음을 다잡으며.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이들은 1년에 한번씩, 필수로 교육을 받는다. 형식적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정신없이 근무하다가 이렇게 교육에 오면 늘 초심을 생각하게 되어 유의미한 시간이 된다. 특별히 교육책자 맨 앞장에 적힌 '사회복지사 선서'는 늘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오늘 교육 받으며 느꼈던 소회를 잊지 않기 위해 적어본다. - 사회복지사 선서 -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사회와 함께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나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 헌..

2017년 3월의 고백,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

사회복지 공부를 할 때 제일 기다려졌던 수업이 두개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공이 아닌 교양과목이었다. 하나는 신영복교수님의 '교육사회학'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병헌교수님의 '평생학습과 교육복지' 시간. 고병헌교수님은 교육복지 현장에서도-작년엔 신기하게 토닥에서도-종종 뵙곤했는데, 지난주에 들었던 강의가 아직까지도 울림이 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말만이 아니라 삶으로 만나야 함을 잊지 말아야지. 더 힘들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빌언덕 하나, 조금의 희망 하나가 되어주자고 학교 선생님들께 소리높여 외쳐준 교수님이 감사하다. 내가 있는 현장이 참 좋다. 내일도 선생님들 힘내어 찾아가야지

인간의 노래

살면서 들어본 모든 노래 중 가장 슬픈 노래가 아닐까. 몇번을 들어도 들을 때마다 기슴이 조인다. 깊은 상처 안고 사는 지친 어깨에 작은 눈길 건네는 친구가 있는가 고통 속에 누워 서러웁게 식어가는 차가운 손 잡아줄 동지는 있는가 희망의 날개 아래 어둔 슬픔 가두고 잊혀진 우리들의 기쁨을 노래하리 나는 부르리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고단한 삶의 아픔 미소 뒤에 감추고 함께 하는 동지들을 믿고 있는가 앞서 쓰러져간 소중한 벗들을 가슴 뜨겁게 기억하며 싸우고 있는가 모두가 미소짓고 노래가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이 땅에서 이루자 아픔을 함께하고 기쁨을 나누며 한 걸음씩 나아가자 인간의 길로 삶의 괴로움을 날개로 바꾸어 생명의 숭고함을 노래에 가득 실어 나는 부르리 평화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

2017.10.13 [바다와 독약]

주말 교토여행을 준비하며 몇일째 윤동주를 생각한다. 동주 영화를 다시 보고, 윤동주 시집을 읽고, 7년 전 다녀온 북간도 명동촌에서 보았던 생가와 묘지도 떠올려보았다. 명동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윤동주를 생각하니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의 그가 동지사대학을 다니며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을까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무겁다. 영화를 보다가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있었다는 생체실험 논란이 궁금해졌고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던중 책을 한권 읽게 되었다. "침묵"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가 쓴 "바다와 독약"이 그것인데, 그리 길지 않아 단숨에 읽었다. 침묵을 읽을 땐 한 장을 넘기는게 너무 어려웠는데 왜인지 모르겠으나 술술 읽혔다. 신의 존재. 그리고 인간의 죄의식은 어떻게 연결될까?신을 믿는 서양에..

사람들은 고독해지면 결국 똑같다는걸,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이 영화를 97년에 만들었다니. 진짜 왕가위 뭐지. 원제는 이라는데, '구름사이로 잠깐 비치는 봄햇살'이라는 뜻이 마음에 든다. 자유로운만큼 불안해 보이는 보영을 한결같이 보듬고 기다려주는 아휘의 사랑이 애틋했으나 감정이 투사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둘의 성별이 모두 남자라는 게 컸다. 동등한 관계라 인식되니 그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연인이구나 싶어서, 편안하게 둘의 사랑의 서사를 훔쳐보았다. 첫번째로 나를 두근거리게 한 장면. 어이없이 헤어지고는 아휘가 일하는 바 앞에서 재회를 한다. 보영은 아휘에게 담배를 빌리며 끊임없이 아휘를 바라본다.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지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서성이는 아휘의 시선도 너무 섹시했고 둘의 사랑이 얼마나 찐득한지 알 수 있었다. "늘 그와 나와는 다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