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러운 일상/속초의 일상 8

설악대교 야경은 낭만적이다

한달 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조양동에 있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 우리집에서 가는 방법은 1. 버스를 탄다. (25분) 2. 자전거를 탄다. (25분) 3. 걷는다. (1시간) 위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2번과 3번은 노선이 같다. 설악대교와 이어진 금강대교까지 두개의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2번, 3번을 대부분 선택하는데 버스비를 아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 또 하나의 이유를 오늘 확실히 알았다. 바로 이런 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로 이어지는 최단코스는 왼쪽으로는 청초호,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처음엔 바다쪽을 좋아했는데, 요즘엔 청초호쪽이 훨씬 좋다. 특히나 오늘 처럼 오랜만에 맑은 날에는 한참을 서서 바람을 맞으며 진잔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날들 :)

거의 매일 영랑호를 간다. 대부분의 날엔 걷고, 가끔은 자전거로 한바퀴를 돈다. 날씨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언제가도 환상적인 뷰를 선물받는다. 거저 받는 선물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발길이 향한다. 예전에 속초에 처음 집을 얻을 때 택시 기사님이 1년동안 영랑호를 매일 한바퀴 돌면 남은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하나 허황되지 않다. 다만 최근에 생겨난 호수의 위와 아래를 갈라놓은 다리가 밉고, 지금도 계속 개발을 목적으로 흙을 못살게 구는 이곳 저곳이 보여 속상하다. 그래도 자연은 늘 묵묵하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등대해변 앞에도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바다뷰 그거 뭐 몇일보면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을거 같았지만 지금은 처음보다 더 좋다. 당분간은 좋을 것 같다. 시립도서관에 회원 ..

적설량 55.9cm의 위엄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속초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동서울에서 9시차로 출발했기에 많은 눈이 내리면 도대체 언제 도착할 수 있을것인가 우려했으나, 작은오빠 말대로 금강고속 기사님들 정말 최고. 30분정도 지연된 정도면 정말이지 엄청 대단한 기록이다. 다음날, 눈은 그쳤으나 집 앞 길 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큼 누군가가 치워주셔서 다행히 걸을 수 있었다. 차 지붕에 거대한 백설기떡이 올라가있는 모양새가 퍽 우습다. 이와중에도 조깅을 하는 아저씨, 짧은치마로 멋을 부린 젊은이도 있고 마주하는 풍경마다 설레고 재밌었다. 다시 생각해도 뭐 그리 다 웃겼던지. ㅎㅎㅎ 모래사장 가득 눈 쌓인 바다풍경은 평생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

산보마냥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청대산

속초에 산 하면 모두가 설악산을 떠올리지만, 청대산이라는 작고 귀여운 산이 또 있다. 소나무가 많아서 늘 푸르다는 뜻의 옛지명 '청대'를 따와 이름이 붙여진 청대산(靑垈山)은 해발 230.8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청초호와 동해, 울산바위와 대청봉까지 조망하며 오를 수 있다는 아주 큰 매력을 가졌다. 청대산을 뚜벅이로 가기엔 정류장에서 내려서 20분정도 걸어야 한다는게 걸렸지만 우선 가보기로 한다. 집 앞 정류장에서 3번버스를 타고 청대교에서 내려야했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 한정거장을 지나 경동대학교에서 내렸다. 한정거장이 거의 1키로 넘는지라 절망했으나.... 생각지도 못한 절경을 만나 절망을 잊을 수 있었다. 네이버지도에서 검색한 등산로 입구를 찾아갔으나 아무리 봐도 등산로가 맞는지 도무지 확신이 들지 ..

속초살이, 척산온천 완전 최고

속초는 면적이 작지만 바다와 산, 호수까지 정말 천혜의 자연이 모두 지척에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덜 알려진 매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의 피부병을 낫게해주는 걸로 유명했던 척산온천이 있다는 것이다. 척산온천을 이용하려면 조금 더 관광지로 개발된 척산온천휴양촌을 가거나, 동네주민들에게 물이 더 좋다고 소문난 척산온천장을 가면 된다. 지금까지 나는 세번정도 온천장만 갔었는데 이번엔 척산온천휴양촌을 가봤다. 시외버스터미널 기준으로 자차 15분 정도걸리는 노학동에 있는데, 나는 뚜벅이니까 버스를 이용했다. 3번이나 3-1번을 타면 20분정도면 도착하고 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규모가 어마하고 건물 내 씨유 편의점도 있고 카페도 있어서 뭔가 빼먹고 온 게 있다면 바로 구..

비룡폭포, 토왕성폭포전망대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기본요금이면 설악산소공원에 도착한다. 조금 일찍 출발하면 버스 안에서 대포항 일몰을 보는 행운을 누릴수도 있다. 설악산소공원에 도착하면 많은 선택지가 있다. 70%는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을 가고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트레킹을 하거나 비선대를 거쳐 대청봉을 가는 이들도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오늘 비룡폭포와 토왕성폭포전망대! 오르기전에 하늘이 넘 예뻐서 살방살방 신흥사 구경도 했다. 오늘 날씨 진짜 무엇! 처음 길은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다. 날이 맑아 더웠지만 목이 많이 마르지 않았던 걸 보면 걸을만한 구간이었던게지. 조금 가파라지기 시작한 돌길을 걷다보면 꽤 무서운 흔들다리 때문인지 절벽가에 고정한 철계단때문인지 힘들어서인지 다리가 슬슬 후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자연이 주는 ..

속초살이, 여유가 있는 한 백담사를 가기로 했다.

속초로 이사한다고 했을 때 지인들의 대부분이 차가 반드시 필요할거라고 면허부터 얼른 따라고 한결같이 이야기 해준 이유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어딜 가려면 버스를 기다리는 것부터 시간을 예상할 수 없기에 아주 오랜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쉬운건 미시령 옛길에서 볼 수 있다는 은하수를 보려면 차가 꼭 필요한데, 그걸 못한다. ㅠ 그래도 시간만 나면 어떤 계절이든 어떤 날씨든 구애 받지 않고 가고싶은 곳이 백담사다. 80년대 말 전두환이 2년간 피신해있었던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렇게만 전해지기엔 아쉬움을 넘는 어떤 감정이 올라온다. 백담사는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이 1900년대 초 출가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그리고 내설악 깊숙한 골짜기에 맑은 물소..

속초살이, 영랑호의 매력

지난 5월. 속초로 이사를 했다. 아직은 매일 여행하듯 마냥 좋기만 하다. 작은방 창문을 열면 속초의료원 넘어 영랑호가 보인다. 꽤 큰 규모라 한바퀴 돌려면 자전거로는 40분 정도, 걸으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깨끗한 물에 반하고, 고요한 길에 반하고, 시원한 바람에 반해 자꾸자꾸 오고싶은 곳. 흐리면 흐린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