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러운 일상/일상의 취미

[검도일기8] 도장에서 연차가 쌓여가고 있다.

그레이스:) 2021. 8. 16. 17:24

- 시작하고 마칠 때 왜 무릎을 끓고 다같이 호구를 쓰는거에요?
- 검도 오래하면 근육이 한쪽만 발달하진 않나요?
- 도복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그냥 세탁기 돌려도 돼요?
- 여름이랑 겨울이랑 언제 도장 나오는게 더 힘들어요?

별 거 아닌 내용이지만 도장에 가면 누군가 나에게 물어온다. 그렇다. 인식하지 못했으나 나는 우리 도장에 다닌 지 이제 꽤 연차가 되었던 것이다.
그저 담백하게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 정도를 기대하며 취미로 검도관에 오던 내가 요즘에서야 검도 자체의 매력을 느끼고 배우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도장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도 함께 커진다. 여성관원이 전무한 우리 도장에 최근 새로오신 여자분들이 많아진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은이가 함께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처음으로 검도를 배우는 분들이 유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여자유단자가 나 하나라는 사실. 띠로리.... 더이상 나 혼자의 즐거움만으로 다니기엔 이제 보는 눈들이 생긴 것이다. (유진씨 보고싶어요.... ㅠ)

관장님께서는 검도가 다른 운동에 비해 성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도장에서 늘 남자분들과 연습하다가 얼마전 고대 훈련부장인 승윤씨랑 연습할 때 넘넘 설레했던 내 자신을 마주했던 것이다. 동성과 연습할 때에 이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나큰 경쟁심이 뿜뿜 오른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건 경험해서 깨달았다기 보다, 뭐랄까. 그냥 본능의 영역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나니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던 책임감이 나에게 생겨버렸다. 이제 막 검도를 배우고 있는 여성 검우분들에게 나는 유단자로서 우리 관장님이 알려주시는 검도의 예와 바른 자세, 바른 칼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말이다. 책임감인것 같기도 하고, 관장님과 우리도장에 갖는 신뢰와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전까진 물칼이어도, 만년 초보같은 실력이어도 마냥 고단자 선배님들께 예쁨받고 격려받았고, 혼자 즐기는 것으로 충분했는데. 이제는 도장에서 연차가 쌓인 존재가 되었다는 인식을 요즘 많이하고있다.

물론 취미로 하는 성인반에 선후배 개념은 없으니까 그저 함께 즐겁게 배우고 가면 그만이지만, 내가 왜 이런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를 조금 더 생각해봤다. 두 가지 이유가 생각났는데, 하나는 그동안 내가 도장을 다니며 선배들을 보면서 느낀 존경심, 검도에 대한 진심이 멋있었고 그런 분들에게 받았던 환대와 애정이 검도라는 운동에 대해 조금 더 애정하게 만드는 계기기 되었다는 점에서 이제 나도 보답할 때라는 마음이 들었다. 두번째는 지금 이렇게 열심히 흥미를 느끼는 여성 검우분들이 오래오래 도장에 함께 다니면 좋겠다는 바램에서다. 시간이 지나 같이 호구를 쓰고 칼을 맞춰보고 그에게 또 나를 비추며 서로 늘어가는 실력을 지켜봐 줄 수 있으면 좋겠어서.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다짐해야지. 연차가 쌓일수록 더 성실하게 도장에 나가 연습해야지. 모든 것의 시작은 기본기임을 잊지않고 바른 자세와, 바른 칼, 단단한 중단과 흔들림없는 기세를 가진 멋쟁이 고인물이 될테다. ㅋ